※ [편집자 주] 이번 3월호의 이슈 특집은 “올바른 문해력의 정의와 교육 방향”입니다. 최근 ‘읽고 쓰는’ 능력을 비롯한 문해력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문해력은 무엇이며, 어떻게 교육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는 올바른 문해력의 정의와 교육 방향에 관하여 관련 전공 교수님들과 현직 초·중등학교 국어교사 등 다양한 관계자분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이경남 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님께서 ‘문해력의 위기, 초등학교에서 문해력 지도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고해 주셨습니다.

| 문해력의 위기

이경남 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이경남 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우리 교육에서 문해력의 위기란 말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문해력(文解力)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과거의 문해력은 문맹에서 탈피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기초적인 능력을 의미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문해력은 ‘literacy, 문식성’의 의미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뿐만 아니라 언어를 사용하여 사회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문해력 위기라는 말에는 글자를 모르는 것뿐만 아니라 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우려까지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문해력 저하, 글 읽는 경험 감소로 인한 전세계적 현상

  한 번쯤 ‘사흘 연휴’, 가정통신문의 ‘중식’, ‘심심한 사과’ 등과 관련된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회 전반에서 문해력 부족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기사이다. 성인의 어휘력 부족은 자연스럽게 학생의 어휘력 부족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미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의 문해력 위기를 절감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다문화, 중도입국자를 대상으로 한글 학습을 지도했던 시기와 달리 모국어를 사용하는 학습자가 한글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생의 문해력 위기는 어느 정도인가? 실제 데이터로 가늠할 수 있는 것으로 PISA 읽기 영역 시험이 있다. PISA는 읽기, 수학, 과학 영역으로 구성되며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 PISA 2022의 읽기 영역 결과를 보면, 2수준 미만의 비율이 14.7%로 PISA 2018에서는 15.1%였던 결과와 유사하나 PISA 2000에서 PISA 2012까지 8%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읽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모든 학습자의 능력을 대표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전반적인 위기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PISA 결과를 견주어 보면, 우리나라에 읽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학습자만 읽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도 학습자의 문해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영국도 초등학교 2학년 시기에 읽기 유창성을 측정하도록 하며 이후 학년이 올라가도 문해력을 측정하고 있다. 캐나다 British Columbia 주도 기초학력평가(FSA)를 시행하면서 문해력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며 학습자의 교육 경험의 결손으로 문해력의 저하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문해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원인을 많은 연구와 국가 보고서에서 제시하고 있는데,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글을 읽는 경험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주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 문해력의 기제

  문해력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해력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서 학습자에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해력은 읽기와 쓰기를 아우르는 능력이다. 초등학교 학습자는 입학부터 기초적인 읽기와 쓰기를 갖추어야 학교 교육을 원활하게 수행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지장이 없다. 특히, 기초 읽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읽기 능력을 개념화하는 것은 복잡하지만, 간략히 구분하면 해독(decoding)과 독해(comprehension)로 구분할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문자를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해독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해독 능력은 독해 능력 발달에 필수적인 기능이다. 

'해독'이 자동화되어야 '독해'할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해독 능력은 왜 중요할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습자 중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대부분 해독을 어려워한다. 학교 현장에서 문자를 보고 바로 소리 내어 읽지 못하거나 더듬거리면서 정확한 발음으로 읽기를 어려워하는 학습자를 볼 수 있다. 해독과 독해와의 연관은 많은 연구 결과에서 밝혀진 바가 있다. 우리의 뇌는 해독과 독해를 담당하는 영역이 구분되어 있다. 우리의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므로 동시에 여러 영역을 활성화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해독이 숙달되어야지만 해독 영역에서 독해를 담당하는 영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 즉, 해독이 자동화되어야 학습자는 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어려운 글을 읽을 때 생소한 단어를 보면, 중얼중얼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도 해독을 자동화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초등학교에서 해독을 지도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해독을 어려워하는 학습자는 문자를 읽는 기능을 습득하지 못해서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학습자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음성 언어를 충분히 접촉하지 못해 음운인식(phonological awareness) 능력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자를 잘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운인식과 청해 능력이 충분히 발달해야 한다. 유아기에 많은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음운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구별할 수 있어야 문자를 보고 정확하게 소리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음운인식을 충분히 습득한 후 해독을 학습해야 유창하게 글을 읽을 수 있다. 

  해독을 유창하게 하는 학습자는 독해 전략과 기능을 학습해야 한다. 읽기 능력은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능력이 아니라 학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나지 않는다. 0세부터 양육자가 글을 읽어 주면서 아이들은 글을 읽는 방법을 배운다. 많은 음성 언어를 들으면서 소리를 구별하게 되고, 말을 듣고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게 된다. 글자를 읽는 방법도 학습한다. 그리고 문장, 문단, 글 단위의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전략을 배우고 점진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해 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자는 학교 교육에서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고 기억하면서 학습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 문해력의 지도 방법

책 읽기, 최선의 문해력 학습 방법

  이쯤에서 궁금한 것은 어떻게 문해 지도를 해야 하는가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독해 능력을 기르는 데 중요한 것은 학습자가 책을 많이 읽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초등학교 학습자에게 해독과 독해를 가르치는 이유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궤도에 오르게 하기 위함이다. 학습자에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문해력 지도 방법이다. 그런데 세분화된 독해 전략과 기능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학습자의 읽기 흥미와 동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학습자가 독해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학습자 수준에 맞는 글을 읽고 자신의 전략을 적용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성취감을 바탕으로 다른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학습자는 어휘력과 독해력이 폭발적으로 향상해 나간다. 

  많은 학습자는 글을 읽어도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인 문맹을 많이 겪고 있다. 즉, 독해와 관련된 문해력의 위기는 학습자가 글자는 소리 내어 읽을 수는 있어도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학습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학습자가 소설책을 읽는 비율이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 학습자는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소설책보다는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을 선호한다. 양육자도 소설보다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아이에게 추천한다. 아이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기억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작업 기억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그러한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 

| 문해력의 진단 방법

  초등학교 시기에 지도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정확한 학습자 능력의 진단이다. 학습자의 읽기 능력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문해력이 읽기와 쓰기 능력을 아우르지만, 초등학교 시기에는 읽기 능력을 충분히 갖추도록 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읽기가 충분히 발달해 나가면서 쓰기를 학습할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운인식에 어려움이 있는지, 해독에 어려움이 있는지, 기초 독해에 어려움이 있는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는 이러한 과정에 동시다발적으로 관여하지만, 학습자를 진단하고 지도할 때는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진단과 지도를 지원하기 위해 기초학력과 연계하여 다양한 도구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문해력의 위기는 기초학력 저하의 우려와 연계되면서 ‘기초학력 보장법’1)이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와 학교에서는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책무성이 강화되었다. 이러한 법과 연계하여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를 설치하였고, 관련 통합포털2)이 서비스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해독, 유창성, 독서 태도 등의 진단 도구뿐만 아니라 심리·정서 지원 등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가 제공되고 있어서 학교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글 읽기는 문제 해결 및 사고 능력과 직결,

관심 갖고 지도해야

  문해력의 구인은 상당히 복잡하다. 문해력은 긴 시간 동안 발달하고 지도해야 한다. 또한, 문해력 발달과 학습을 위해서는 유아기에 풍부한 음성 언어 접촉이 필요하다. 이러한 복잡한 조건을 갖추면 해독을 하고 독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독해 발달을 위해서는 전략과 기능을 학습하면서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자칫 해독, 읽기 유창성, 독해 지도에만 집중하게 되면, 본질적인 목표를 잃고 반복적인 기능 지도에만 머무를 수 있다. 따라서 문해력 지도는 학습자가 실제적인 읽기인 독서를 수행하는 데 목표가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누군가는 영상으로도 지식을 얻을 수 있는데 글 읽기가 학습자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인류가 가지고 있는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 능력은 글 읽기를 기반으로 발달한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가 많다. 초등학교 학습자부터 문해력을 지도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학습자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해력 위기를 여러 분야에서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학습자를 지도하고 있으므로 이 위기에 대한 걱정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경남 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 필자인 이경남은 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조교수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에서 문해력 연구팀장을 맡아 문해력 진단 도구와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했다. 읽기 교육, 문해력, 텍스트 복잡도 분석, 국어과 교육과정, 국어과 평가 방법 등을 연구하며 다수 논문을 발표했다. 

 

1) [시행 2022. 3. 25.][법률 제18458호, 2021. 9. 24. 제정]

2) https://k-basic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