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령 역사교육전공 교우
홍기령 역사교육전공 교우

  2023년 4월, 모교인 영란여자중학교로 교생 실습을 다녀왔다. 영란여자중학교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학교인데, 그 이유는 교사라는 꿈이 시작된 곳이기 때문이다. 중학생이었던 내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베풀어주시고 보듬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중학교 시절 내내 행복했고, 자연스레 나도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로 십여 년이 지나 학생이 아닌 교사로 중학교에 가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교복이 아닌 정장을 입고, 교실이 아닌 교무실로 첫 출근을 했다.

 

2학년 3반과의 마지막 종례 / 사진=홍기령 제공
2학년 3반과의 마지막 종례 / 사진=홍기령 제공

  처음으로 우리 학급의 아침조회에 들어간 날, 교생선생님들을 궁금해하면서도 약간은 낯설어하던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나의 경우, 교과 지도와 학급 지도 선생님이 다르셔서 수업은 3학년을, 학급은 2학년을 맡게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을 수업 시간에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최대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아이들과 친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루라도 빨리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교탁에 붙어있는 자리 배치표와 앉아 있는 아이들을 번갈아 보며 아이들의 이름을 이틀 만에 외우고, 조·종례가 끝날 때 얼굴을 보고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교실이나 급식실 근처에 있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며 한 마디라도 더 나누려고 노력했다.

  먼저 다가간 것이 아이들에게 혹여나 부담스러웠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인사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았던 아이들도 점차 마음을 열고 눈을 마주치며 인사해 주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지막 날에 아이들이 써준 롤링페이퍼에도 내가 준 사랑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예쁜 마음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 반 회장이 써준 ‘학생들을 향한 마음이 느껴졌다’는 말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음에도 항상 반갑게 인사해 주고 마지막까지 사랑을 준 2학년 3반 친구들, 반 아이들과 최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담임 교사로서의 역할을 가르쳐 주신 3반 담임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왼쪽) 1차시 활동 사진, (오른쪽) 2차시 활동 사진 / 사진=홍기령 제공
(왼쪽) 1차시 활동 사진, (오른쪽) 2차시 활동 사진 / 사진=홍기령 제공

  수업은 3학년 전체 6학급, 2차시로 총 12번을 맡게 되었다. 각 반마다 설치된 전자칠판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디벗(Dibet)을 보며 디지털 교육 환경이 잘 갖춰져 있음에 감탄했고, 최근 임용고시 2차 시험에서도 요구하는 에듀테크(Edu-tech)를 활용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에듀테크 활용 수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1차시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슬라이도(Slido)’라는 사이트에서 수업 내용을 적용하고 창의적인 답안을 생각해 보는 퀴즈를 진행했고, 2차시에는 디벗을 사용해서 ‘패들렛(Padlet)’에 자신의 무덤을 어떻게 만들지 적어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지도안을 작성하는 것도 어려웠다. 또한 준비할 시간이 넉넉했던 1차시와는 다르게 2차시는 1차시 준비와 함께해야 해서 첫 수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교사는 항해하는 배의 키를 잡고 있는 선장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들고, 2차시 첫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첫 수업이 비교적 성공적이지 않았음에도 교생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며 간식을 건네주는 학생들을 보며, 남은 수업을 잘 해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렇게 수정을 거듭하고 마지막 수업을 하고 나서야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감이 왔던 것 같다.

수업 후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주었던 고마운 3학년 친구들 / 사진=홍기령 제공
수업 후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주었던 고마운 3학년 친구들 / 사진=홍기령 제공

  교생실습을 앞둔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시행착오도 거치면서 수업을 많이 해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당시 중간고사가 2~3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음에도 최대한 많은 수업 기회를 주시고, 수업 영상까지 찍어주시면서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도와주신 교과지도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12번의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 주고 수업 이후에도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주었던 3학년 학생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학년 3반 아이들과 교생선생님들께 받은 롤링페이퍼 / 사진=홍기령 제공
2학년 3반 아이들과 교생선생님들께 받은 롤링페이퍼 / 사진=홍기령 제공

  한 달간의 짧은 실습 기간이지만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원 과정 동안 진로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했기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확실히 결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한 달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 같다. 물론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같은 고민을 가진 동료 교생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교직에 대한 나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고 또한 학급과 수업에서 만난 아이들을 통해서 교사가 나의 길임을 확신할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다. 이 경험이 앞으로의 교직 생활의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기에 두렵지 않다.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글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소망을 줄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홍기령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전공 석사과정

* 필자인 홍기령은 중앙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암기 위주의 교육을 넘어 역사적 사고력을 길러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