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학교 소개

박지혜 지구촌학교 교감
박지혜 지구촌학교 교감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지구촌학교는 서울시 교육청 학력인증 다문화 대안학교로 2012년 개교했습니다. 정규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다문화 교육과 특성화 교육이 결합된 독특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설립 초부터 초등과정과 중등 위탁 과정을 함께 운영해 왔습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다문화 학생들이나 중도 입국으로 일반 학교에서 교육받기 어려운 학생들이 입학하여 공부하고 있습니다.

  개교 10년이 지난 2023년부터는 지구촌학교가 초중고 교육 기관으로 변경 인가 승인을 받았습니다. 지구촌학교가 초등과정 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함께 운영하는 통합형 학교로 거듭난 것입니다. 지구촌학교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민 여성, 다문화가정을 위하여 설립한 대안학교로서 다문화 학생을 위한 특성화 교육과 다중언어교육으로 사회의 편견과 차별, 부모의 역할 부재로 인한 정서적 영향, 교육 소외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가적 민간외교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구촌학교는 2024년 3월 현재 초등 60명, 중등 81명, 고등 93명으로 총 234명의 재학생이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다문화 교육의 산실, 지구촌학교입니다.

 

| 지구촌학교 이야기

2024학년도 입학식에서 후배들을 환영하는 지구촌학교 재학생들 / 사진=지구촌학교 제공
2024학년도 입학식에서 후배들을 환영하는 지구촌학교 재학생들 / 사진=지구촌학교 제공

  지구촌학교가 문을 열 무렵, 불법체류 외국인의 자녀들은 세상에 태어난 것조차 불법이라 여겨질 만큼 극심한 차별을 받았습니다. 또한 학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방치되곤 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중도 입국 청소년들은 한국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거나 심리적, 정서적 문제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구촌학교의 위탁생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렇기에 지구촌학교에는 여전히 마음이 힘든 학생들이 많습니다. 어떤 학생은 예민하고 날카로워 조금이라도 자기를 힘들게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친 욕과 엇나가는 행동들로 돌발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지구촌학교는 ‘묻지마 사랑’으로 대해줍니다.

  저의 얼굴 앞에서 험한 욕을 내뱉은 학생이 있습니다. 본인도 당황했지만 굽히거나 사과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일반 학교였다면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등 학생을 어떻게 훈육할지 논의했겠지만, 지구촌학교에서는 학생을 꼭 안아주고 일방적인 사랑으로 품었습니다. 그러자 그 학생은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기다리고 있다는 저를 위해 다음 날 일찍 등교해서 갑자기 순한 양처럼 변했습니다. 그 뒤로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교사를 존경하고 친구를 배려하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축구 경기를 하는 지구촌학교 재학생들 / 사진=지구촌학교 제공
축구 경기를 하는 지구촌학교 재학생들 / 사진=지구촌학교 제공

  지구촌학교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그럴지라도’ 누구나 훌륭하고 듬직한 사회 구성원들로 자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분들의 수많은 헌신과 손길이 있었기에 학교에서는 놀라운 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마음이 아파 약을 먹던 아이들이 건강해지고, 담배와 약물, 게임으로 불량했던 아이가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로 변했습니다. 중국 동포나 동남아 출신의 다문화 아이들은 어눌하고 부족해 보인다는 편견과 오해가 무색하게 두 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고 악기를 연주합니다. 중등 과정 1학년 신입생 때는 눈도 잘 못 마주치고, 말도 안 하던 친구들이 생기 넘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지고 졸업하기도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지구촌학교가 어떤 학교냐고 묻는다면, 실수나 잘못을 용서하고, 이해하는 학교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지구촌학교에서는 ‘다음’ 티켓이 무제한입니다. 넘어지면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주고 응원해줍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곳에 한 번 몸 담고 간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아이들에게는 힘을 내어 살아갈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유난히도 졸업생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아이들입니다. 졸업생들은 지구촌 학교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허용, 용서와 사랑을 잊지 못하고 마치 연어처럼 줄지어 학교로 다시 찾아오곤 합니다. 졸업생들을 보면 함께 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생각들이 문득 들 때가 있습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우뚝 선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오지 못했더라면 어땠을지 하는 생각입니다.

| 지구촌학교의 필요성

김장 체험을 하는 지구촌학교 재학생들 / 사진=지구촌학교 제공
김장 체험을 하는 지구촌학교 재학생들 / 사진=지구촌학교 제공

  다문화 배경 청소년이 일반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구촌학교는 다문화 배경 청소년이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대신,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유입되도록 교육의 장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주민 및 난민 가정의 자녀의 기본적인 권리 및 보호받을 권리를 위해, 나아가 한국의 다문화 사회통합에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오늘도 학교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다른 중학교에 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얼마 전 개학식 때 서울시 교육감인 조희연 교육감이 지구촌학교에 방문하여 지구촌 학생들의 입학과 개학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해서 고등학교 1학년이 된 학생이 발표한 감사글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2024학년도 입학식에서 감사글을 발표하는 지구촌학교 재학생 소피아 / 사진=지구촌학교 제공
2024학년도 입학식에서 감사글을 발표하는 지구촌학교 재학생 소피아 / 사진=지구촌학교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지구촌학교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지구촌학교 역사의 주인공, 소피아라고 합니다. (…) 책상도 부족하고 교실 문도 망가졌지만 우리는 함께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춤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매일 남아 댄스 연습을 하고, 바람 빠진 공이지만 날이 어두워지도록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를 했습니다. 김해성 교장 선생님과 하루 11시간을 걸어서 인천까지 갔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후원을 받아 울릉도 독도 여행을 할 때 컵라면과 햇반을 먹으며 한 방에서 14명이 함께 잤지만 어떤 호화 여행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여행으로 남아 있습니다.  (…)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중학교에 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지구촌학교에 중학교가 생기고 고등학교까지 생겼습니다. 엄마와 오랫동안 상의했던 진학 고민이 한 번에 해결되었습니다. (…) 지금까지 행복이 살아있고, 생명력이 풍성한 지구촌학교 역사의 현장을 전해드린 저는 소피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지혜 지구촌학교 교감

* 필자인 박지혜는 국어, 한국어, 철학을 가르치는 중등교사이자 전문상담교사이다.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지구촌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다. 교육의 힘으로 한 명의 학생도 잃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