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수학교육과 교수 / 사진=윤채림
김희정 수학교육과 교수 / 사진=윤채림

| 안녕하세요, 교수님. 간단한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김희정입니다. 십여년간 수학교육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실제 수업과 학교의 변화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 ‘디지털 교육 토론회(포럼)’(이하 포럼)에서 발표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포럼에서 다루셨던 AI 디지털교과서가 무엇인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도입을 앞두고 수학, 영어, 정보 교과를 선두로 개발이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핵심은 ‘AI를 활용해 학생들의 맞춤형 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교과서’라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 ‘디지털 교과서’와는 다른데요, AI가 빠진 디지털 교과서는 30년 전부터 있었지만, 종이 교과서를 온라인에서 PDF 형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에 그쳤습니다. 새로 논의되고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는 AI 코스웨어1)를 비롯한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맞춤형으로’ 다양한 학습 도구 및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디지털 교과서와 차별화됩니다. 

디지털 시대 교실의 변화 모습 / 출처: 교육부
디지털 시대 교실의 변화 모습 / 출처: 교육부

|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에 도입되면, 수학 수업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참여 방식에서 굉장한 변화가 생기겠죠. 기존 전통적 방식의 수업에서는 교사가 설명하고, 예제를 풀어주고, 학생들이 연습 문제를 따라 푸는 방식의 수업이 진행되었다면, 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에 도입되면 더욱 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학생 참여 수업은 ‘학습자 진단 분석-맞춤 수업 설계-실시간 모니터링 및 피드백’의 세 단계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이 시작하면 학생들은 각각의 디바이스에서 AI 디지털 교과서에 접속해 진단 분석에 참여합니다. 이때 진단검사는 학습 수준과 이해도와 함께 학습 동기나 태도 등 정의적 부분까지 포함합니다. 교사는 이러한 결과에 맞게 그날의 수업을 맞춤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후 수업 과정에서의 AI 디지털교과서 사용 여부는 교사가 어떻게 수업을 구조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 방식의 강의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AI 디지털 교과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모둠 협력학습 수업이나 프로젝트 기반 등 다양한 참여 방식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학교 수학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본인들의 현실적인 맥락 안에서 접해 있는 문제를 수학적인 지식을 이용하여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등 보다 고차원적인 수학 활동을 할 수 있겠죠.

출처: Youtube / 교사와 AI가 이끄는 교실혁명, AI 디지털교과서 / EBSCulture (EBS 교양) / 2024.1.11

|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모둠 활동 수업이 수학 과목의 특성에 적합한가요?

  저희 수학교육자들은 ‘수학자가 하는 일을 학생들도 경험’할 수 있는 수업을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자들도 혼자서 문제를 푸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서로 모였을 때는 논의나 공동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문제 해결 실마리를 얻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이제 점점 더 없어지잖아요. 수학 문제도 더 복잡해지고, 앞으로 거대 문제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따라서 수업 시간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협력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합니다.

  물론 학생들의 수학 교과 역량을 개발할 때, 혼자 고민하고, 집중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모여 있는 수업 시간에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죠. 혼자서 문제 푸는 부분은 방과 후에 숙제로 제시하거나, 가정에서 이 부분이 부담이 된다면 방과후학교 수업에서 인턴 교사 혹은 예비교사들의 교육봉사를 통해 시도해 볼 수 있지요. 또한, 각 학교에서 학기초에 1년간의 연간교육과정을 계획을 짜는데, 이 때, 수학교과 협의회안에서 동 교과 선생님들이 수업에 대한 고민을 논의하여, 연간 단위, 혹은 분기 단위 구성에서 참여 방식을 개인, 모둠, 전체 등 다양하게 혼합하는 방식으로 더욱 효과적인 수업 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 AI 디지털교과서를 수학 수업에 적용할 때 중요하게 고려할 점으로 ‘메타인지’와 ‘행위 주체성’을 언급해 주셨습니다.

  우선 메타인지란, 수학 문제 해결의 4요소 중 하나로 ‘본인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문제 해결의 나머지 세 요소에는 수학적 지식, 발견술(휴리스틱스), 신념이 있는데, 수학적 지식은 현재 AI가 축적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메타인지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입니다. 다음으로 행위 주체성이란, 학생 본인이 학습의 주체자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알고 싶은 부분을 찾아 스스로 문제를 풀고, 탐구하는 거죠.

   AI 디지털교과서의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인 메타인지와 행위 주체성을 학생들에게 키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구체적 방법으로는 ‘수학적 모델링’ 수업을 구현하는 방안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수학적 모델링이란, 실제 현상을 보면서 궁금한 것을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의 교육이며, 학생 스스로 수학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현상을 보고 방정식을 세우는 것과 같이 수학화하여 문제를 풀고, 그 결과를 다시 현실에 적용하여 해석해 내거나 현실 문제를 해결하도록 수학적 제안을 하는 것이 수학적 모델링 수업입니다. 실제로 지난 토론회에서 대구 국제고에서 오신 한 선생님이 수학적 모델링을 활용한 수업 사례를 공유해 주셨어요. 이 방법을 적용했을 때, 현실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가 아닌가 등을 알기 위해 여러 시도와 논의를 하면서 메타인지가 작동합니다. 이때 교사가 학생들의 메타인지를 촉진할 수 있게끔 질문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함께 교사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교사의 역할은 축소되기보다는 변화할 것입니다. 예전에는 선생님의 여러 역할 중 강의를 지식을 전달하는 부분이 더 강조되었다면 앞으로는 촉진자와 수업 설계자의 측면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촉진자는 학생들이 수학자처럼 행동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말하며, 수업 설계자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더욱 효과적인 수업을 구성하고 설계하는 역할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모든 학생들의 ‘학습의 기회’를 설계하는 역할을 포함합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교사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활동 중심의 연수가 중요합니다. 여러 교사교육 연구에서도 밝혀졌고, 교사들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의 중심 연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대비하기 위해 꾸려진 T.O.U.C.H2) 교사단에서 강의를 진행한 적 있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교사들의 디지털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교사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수업해 보기 위해서는 직접 시연, 학습자가 되어 학습을 해보기도 하는 등 현장 및 실천 기반 연수가 꼭 필요합니다.

T.O.U.C.H 교원 연수 설계 (예시) / 출처:교육부
T.O.U.C.H 교원 연수 설계 (예시) / 출처:교육부

| 마지막으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라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제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공교육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전국 500만 학생이 자신만의 교과서를 가지게 되는 셈이니까요. 학생들의 특성에 따라 개별화된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방과후학교나 늘봄교실 등과 협력해 학생들이 개별 진도를 나가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존에는 소위 ‘영재 학급’에서만 가능했던 수학 모델링 수업을 모두가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IB 교육과정을 채택하여 운영하고 있는 학교에서 AI 디지털 교육 관련 시범학교나 연구학교로 지정되어 운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AI 디지털 교과서를 전통적인 방식의 문제풀이만으로만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학생들의 행위주체성과 메타인지를 계발하고 진정한 ‘수학적 사고자(mathematical thinker)’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구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들 중 절반은 어렸을 적 수학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빠르게, 효과적으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한 것이 아니라, 천천히 생각하고, 스스로 답을 내는 과정 안에서 배운 분들이었습니다. 따라서 AI 디지털교과서를 이러한 방향으로 활용한다면 모든 아이가 수학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공교육에서 친구들과 협업하면서 수학적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수학교육 전문가들은 종이 교과서에서 AI 디지털교과서로의 변화가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제 디지털과 뗄 수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기 때문에, 우려에 너무 몰입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잘 보완하고 수업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희정은 University of California - Berkeley에서 수학교육 및 교사교육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University of Nebraska - Lincoln에서 Research Assistant Professor와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학습자와 교사의 학습에 대해 탐구하고, 전세계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 고유의 문화적 맥락에서의 교수-학습 이론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학적 사고와 미래 수학 역량을 신장할 수 있는 수학교육을 위해 이론과 실천을 연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1) 교육과정을 뜻하는 'course'와 'software'의 합성어로 학습자 진단 및 수준별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AI 기반의 교과 과정 프로그램을 뜻한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목표로 인공지능(AI) 기반 코스웨어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 터치, Teachers who Upgrade Class with High-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