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지 前 부흥중학교 교사
홍윤지 前 부흥중학교 교사

  짧았던 시간이지만,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2022년 무척이나 하늘이 맑았던 가을 무렵 부흥중학교에서 도덕 교과를 가르치게 되었다. 해당 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고, 아이들과 만나기 이전에는 다소 걱정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 담임선생님과 학급 경영 방식 차이로 인해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진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아이들과 만나며 금세 허물어졌다.

  평소에도 사람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나에게, 20명이 넘는 학생들의 이름을 한 번에 외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출근길과 퇴근길에 계속해서 학생들의 사진을 보며 이름을 외우고자 노력했다. 이름을 불러주니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을 꽃피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하루 종일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또한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이 있는 교실로 찾아가 함께하는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노력했다. 한번은 책상을 교실 뒤로 옮기고, 다 같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학생마다 자기소개를 하며 각자의 MBTI와 생일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교무수첩에는 학생들의 인적 사항을 적느라 손이 바빴던 기억이 난다. 학생들에게 관심을 주는 것이 학교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교과 수업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사소한 변화에 주목하고 관심을 주어 “담임선생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는구나”라고 학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복궁 체험학습활동 모습 / 사진=홍윤지 제공
 경복궁 체험학습활동 모습 / 사진=홍윤지 제공

  운동회 날에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학생들이 주자로 나갈 때 목이 터지라 응원했다. 또한 학생들과 영화를 보며 맛있는 팝콘을 먹은 것도, 볼링을 치고 눈이 펑펑 오는 날 같이 눈을 맞은 날들도, 첫눈이 와서 같이 단체 사진을 찍었던 날들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체험학습을 종종 가곤 했는데 가장 기억이 남는 장소는 경복궁이다. 모둠 안에서 학생 한 명이 해설자가 되어 조 친구들에게 경복궁에 관한 내용을 해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정된 해설자 학생은 체험학습 전에 관련 사항을 미리 교육받았다. 또한 선생님의 해설보다, 또래 친구가 해설을 담당하니 학생들이 더 집중을 잘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경복궁 체험을 하면서 게임도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다. 점심시간에는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었는데, 도시락을 다 함께 먹으니 비로소 체험학습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 우정을 나누는 수업

  도덕 단원 중에서 ‘우정’이라는 단원이 있다. 우정의 중요성과 더불어 학교생활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1차시에는 우정에 관한 동영상을 보여주고 우정이 무엇인지 모둠을 이루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 2차시에는 우정에서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 있을지 포스트잇에 붙여 우정 나무를 만들어보았다. 그리고 왜 이 덕목이 필요한지 모둠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3차시에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으며, 라디오 DJ가 되어 노래를 선곡하고 편지 내용을 바탕으로 사연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외되는 친구 없이 모두 다 존중받는 학급, 학교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우정 단원 수업활동 사진 / 사진=홍윤지 제공
우정 단원 수업활동 사진 / 사진=홍윤지 제공
우정나무 수업사진 / 사진=홍윤지 제공
우정나무 수업사진 / 사진=홍윤지 제공

  교과 수업도 중요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사랑, 존중, 공감 등 덕목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덕윤리교육을 전공으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가 홍수처럼 흐르고, 자극적인 것이 만연한 세상에서 학생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첫눈 오는 날 학생들과 함께한 단체사진 / 사진=홍윤지 제공
첫눈 오는 날 학생들과 함께한 단체사진 / 사진=홍윤지 제공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기억 속에서 2022년 가을과 겨울은 행복한 시간으로 남아있다. 밝고 순수한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선생님들과 근무할 수 있어서 배울 수 있어서 기쁜 하루의 연속이었다. 선물 같았던 우리 1학년 아이들, 그때의 밝은 모습이 지금도 이어지기를 마음속 깊이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홍윤지 교육대학원 도덕윤리교육전공 석사과정, 前 부흥중학교 교사

* 필자인 홍윤지는 현재는 교육대학원 도덕윤리교육전공에 재학 중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에 관심이 많으며, 학교 현장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를 희망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캔버스에 희망과 사랑을 그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