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정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사회 겸임교수
임혜정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사회 겸임교수

|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2018년부터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사회학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임혜정입니다. 고양시 소재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교육학을 가르치는 교사이고 현장 기반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이며 세 아들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 2023학년도 1학기 명강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비교사 양성과정 강의를 하는 동안 저는 수강생 선생님들이 강의실을 학교의 현장처럼 느끼도록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한 학기의 제한된 시간이지만 학교 현장 교사로 탄탄하게 잘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명강의상’은 이런 저의 마음이 수강생에게도 잘 전달된 결과인 것 같아 매우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이곳 안암에서 교수님, 선배, 동료들의 지지와 나눔을 통해 성장하였습니다. 오늘 받은 상은 강의를 통해 사범대학 건물 귀퉁이에 마음의 벽돌 하나를 쌓은 것 같은 뿌듯함을 주는 보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 교수님께서는 ‘교육사회’를 강의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교육사회학의 주요 이론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교육 정책, 교육 현상을 분석할 수 있다’라는 수업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교육사회학을 다소 낯설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사실 교육사회학은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실질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학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교육사회학 이론 강의 시 저의 교육적 경험을 예로 들며 교육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설명합니다. 이때 수강 선생님들은 이론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자신의 교육적 경험이 사회적 배경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론을 이해한 뒤 교육사회학 핵심 주제 중심 조별 발표를 진행합니다. 수강 선생님들은 서로 다른 경험을 공유하며 이론이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는 실례를 간접 체험하며 그들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이론을 마음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죠.

  교사로서 만나는 학생, 보호자는 옷깃도 스칠 일이 없을 만큼이나 사회적으로 이질적인 구성원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학생들이 저의 수업 시간에 나눴던 이야기의 작은 조각을 떠올리며 학생과 보호자를 이해하고 적절한 교육적 개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교육사회학 수업이라고 설명 드리고 싶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고려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야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수학교육에서 교육사회학으로 관심사가 바뀌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관심사가 바뀌었다기보다는 저의 삶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자각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셋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수학교육으로 석사과정을 시작하였습니다. 수학이 좋아 교사가 되었고 전문성 신장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였는데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은 제가 수학교육 자체보다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삼형제를 양육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부조리한 교육환경의 문제를 체감하게 되었고 교과교육의 한계를 극복하여 이 문제점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육체노동자 가정의 자녀로 농어촌 지역에서 보낸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기, 대도시 고등학교에서 느낀 문화적 충격의 잔상, 삼형제 엄마이자 수학교사로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공교육 문제 등이 떠올랐습니다. 학부 시절 도서관에 앉아 수학 명제에 대한 논리적 증명 과정을 쓰다가 문득 버스 창밖으로 마주했던 철거민 집회에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의 모습이 생각나 수학 전공서에 떨어트렸던 눈물을 떠올리니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제 삶 자체가 이미 교육사회학을 향해 있음을 자각하였기에 용기를 내어 원래 전공과 다른 분야로 건너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농담삼아 낮에는 ‘답이 명확한’ 수학을, 밤에는 ‘답 없는’ 교육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렇게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특수성 때문에 저는 머리로는 수학을 가슴으로는 교육사회학을 실천하는 연구자라는 독특함을 유지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능곡고등학교에서 진행한 2023년 학급 기부 활동 / 사진=임혜정 제공
능곡고등학교에서 진행한 2023년 학급 기부 활동 / 사진=임혜정 제공

| 교수님의 최근 관심 분야가 기초학력, 학교교육과 돌봄, 교육과 CSR, 성별 격차 등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관심 연구 분야는 바로 제 삶이 반영된 것입니다. 작은 섬마을 아이였던 저에게 ‘섬집 아기’ 노래는 아직도 구슬프게 들립니다. 저와 친구들은 부모님의 대부분이 새벽에 물일을 나가시면 저녁에나 들어오시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동네 어귀에서 울고 있는 제 손을 잡아 얼굴을 씻기고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주시는 동네 할머니의 따스한 손길은 돌봄과 지역사회 역할, 사회자본에 대한 이론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제가 삼형제 엄마로 늘 종종거리며 살다보니 우리 사회 돌봄 시스템의 결여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수준에서의 대응이 아닌 공적인 차원의 논의를 확대하고 싶었기에 자연스럽게 관련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이 이제는 전설의 이벤트, 즉 흔하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고, 교육격차의 간극을 메우기가 더 힘들어진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공교육의 역할에 희망을 가지며 연구하는 이유는 저에게 주어진 유일한 교육의 기회가 공교육이었기 때문입니다. 학교로 이직하기 전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사회봉사단, 공익재단과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교육과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분야를 연구하였습니다. ‘학교 공부 못하는’ 삼형제 엄마이기에 기초학력과 성별 격차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연구 분야는 지극히 제 삶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분야가 교육사회학적 관점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하기에 교육사회학 안에서 제 삶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교육자로서 개인적으로 달성하고 싶으신 목표가 있으신가요?

  우문현답 교육자가 되고 싶습니다. 몇 년 전 학회에서 한 교수님께서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예비교사 양성과정 강의를 맡고 있음과 동시에 현직 교사이자 연구자입니다. 한 수강생은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학교 교사로서 연구 참여가 가능한가요? 다른 과목 교수님께서는 힘들다고 하셨어요.” 저는 힘주어 말하였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수 있지만 충분히 가능해요!” 그리고 “우리의 문제의 답을 현장에서 찾고자 하는 현장 기반 연구가 더 많이 나왔을 때 우리 교육은 실질적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현장 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현장 기반 연구를 통해 실질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는 더 많은 동료가 필요합니다. 지금 교육대학원에서 만나는 많은 예비교사 선생님들을 다시 만나 우문현답의 전문가인 교육자로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2022학년도 능곡고등학교 종업식 / 사진=임혜정 제공
2022학년도 능곡고등학교 종업식 / 사진=임혜정 제공

| 교수님만의 교육 철학이 궁금합니다. 교수님께 교육이란 무엇인가요?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며 요즘 자주 떠올리는 존경하는 교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합니다. “학문은 일상화할 때 그리고 수업은 학생의 처지를 고려할 때 가장 효율적입니다. 세상에는 즐거운 일이 많이 있지만, 배우고 가르치는 일만큼 즐거운 일도 별로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성장을 그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실에서 만나는 수많은 학생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자고 있는 학생도, 분수 셈도 잘 못하는 학습지원대상 고등학생일지라도 자신의 절실함을 드러내는 방법이 다를 뿐 모두는 자신이 잘되기를 그 누구보다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의 처지를 고려하여 단 한 뼘이라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교육에서 더 큰 기쁨이 있을까요! 저에게 교육은 이런 기쁨입니다.       

| 끝으로 교육대학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 항상 전하는 이야기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우리가 받는 보상도, 우리가 처한 부당함도 그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사회적으로 받는 보상이 오로지 자신의 능력에 의한 당연한 보상이 아닐 수도 있다면 우리는 자신이 여기 있기까지 보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했던 많은 사회적 도움에 감사하며 겸허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회적으로 받는 보상이 부당하다면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고 이의제기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이러한 당당하면서도 겸허한 자세는 우리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 임혜정은 고려대학교 수학교육과 학사,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 석사, 고려대학교 교육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능곡고등학교 교사로 수학과 교육학을,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 교수로 교육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정책자문위원회 위원과 시도교육청 기초학력 지원사업 성과평가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다양한 교육 현장 기반 연구를 실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