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YouTube / 학교의 미래, 거꾸로 캠퍼스 / 거꾸로캠퍼스 / 2021.12.23.

 

거꾸로캠퍼스 남선진 교사
거꾸로캠퍼스 남선진 교사

| 안녕하세요. 최근 거꾸로캠퍼스가 “Apple 우수학교(Apple Distinguished School)”에 선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거꾸로캠퍼스는 미래사회에 시민으로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역량의 증진을 추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존의 학교와는 다른 실험적인 교육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창의성과 협업이 극대화된 프로젝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1인 1기기를 사용한 기술의 접목이 필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택하게 된 혁신적이면서도 창의적인 기술적 플랫폼이 애플이었어요. 이를 통해 학생들은 늘 넘버스로 작업을 하거나, 키노트로 발표를 하고, 페이지스로 에세이를 썼습니다. 실제로 저도 늘 수업은 넘버스로 진행을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최근 아이패드 러닝 티처로도 인증을 받았습니다.

  애플 우수학교는 인증과정에서 학교와 학생들이 단순히 기술적으로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육과정 속에서 학교의 비전이 잘 구현되는지, 기술적 부분들이 학생들의 창의성과 협업, 비판적 사고를 고무하고 있는지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때문에 애플 우수학교(ADS)에 선정되었다는 것은 우리 학교가 수업과 학교를 혁신한 선도적인 사례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 우수학교에 선정되고 나면 세계의 우수한 ADS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19일, ADS Global Summit의 온라인 모임에 일부 선생님들이 참가하셔서 세계의 다른 ADS 선생님들과 만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저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시 참여했고요. 물론 영어로 의사소통해야 해서 다소간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양한 의견을 듣는 기회만으로도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면 저는 너무 좋을 것 같아요. 

 

| ‘거꾸로캠퍼스’라는 교명이 인상적인데요, 이름에 담긴 뜻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거꾸로캠퍼스가 지닌 교육철학이나 지향하는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거꾸로교실을 하는 선생님들이 모여서 기존의 공교육에서는 하기 힘든 새로운 교육을 시도했던 것이기 때문에 거꾸로캠퍼스라는 교명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수업에서의 혁신이 학교로의 혁신으로 바로 이어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까요. 저도 그런 어려움 때문에 잠시나마 여기로 와서 근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혼자 바꿔 보겠다는 건 그저 치기 어린 욕심이었을 뿐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교사공동체 역량 스터디 / 사진=남선진 제공
교사공동체 역량 스터디 / 사진=남선진 제공

  지금의 거꾸로캠퍼스는 기존의 학교구조를 바꾸어서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실험한다는 데서 정말로 기존의 체제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학교가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안학교로 분류되지만, 저희는 ‘실험학교’라는 정체성을 더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이 실험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서 진짜 세상에 준비된 학생들을 내놓아보자는 도전 의식이 넘쳐흐르는 학교입니다. 

  거꾸로캠퍼스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구현함으로써 주체적인 삶을 살 뿐만 아니라 협력을 통해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헤드티처 쩜백이 말씀하시던 것인데, ‘교육이 문제다’라는 사회적 시선을 넘어서서 ‘교육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시선으로 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던 말씀을 기억하고 있어요. 와구와구 교육과정에 전부 구겨 넣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을 갖추는 걸 말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교육의 변화가 모든 변화의 시작’이라는 우리 학교와 모토와도 연결되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을 시도하는 프로젝트가 교육의 중심에 있습니다. 

팀프로젝트 피드백 발표 / 사진=남선진 제공
주제중심 프로젝트 발표 / 사진=남선진 제공
주제중심 프로젝트 발표 / 사진=남선진 제공

  또 다른 지점은, 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꿈꾸면서 완전히 새로운 문화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데 있어요. 시험과 경쟁이 없고 별명문화를 쓰죠. 학생들은 본인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모듈(10~11주 단위의 교육과정) 중간에 3번의 공식적인 발표와 피드백을 거치지만 시험은 없습니다. 또,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별명문화를 써요. 절대 이름을 부르거나 형, 누나,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쓰지 않습니다. 저도 ‘은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불편하거나 기분 나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무학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모두 섞이는데, 오히려 나이 권력을 쓰지 않으니까 학생들 사이에서도 나이별로 구분되거나 위계가 생기지 않고 교사와 학생 사이도 훨씬 친근해지는 것 같아요. 

  이런 다양한 문화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교육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세대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방향성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학생들의 역량을 최대한 신장시킬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고 있고요. 다만 여기에서 말하는 역량이 단순한 기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지식과 이해를 포함한 총체적인 잠재력이라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도 역량에 대해서 제대로 정의하기 위해 교사 공동체에서 계속 역량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으니, 저희의 노력을 기대해 주세요. 

  

| 말씀하셨듯, 거꾸로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다양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실행해 보는 식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진정한 ‘교과융합’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가지 인상 깊었던 사례를 통해 이러한 교육이 지니는 의의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거꾸로캠퍼스는 프로젝트 중심의 학교입니다. 오전에는 교과수업이 진행되고 오후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오전 수업의 경우에도 모듈별로 정해진 주제에 따라 교과별로 배운 지식을 융합해서 소규모 팀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주제중심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교과 수업마다 함께 이야기해서 적극적으로 융합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마침 이번 3모듈(8~10월)의 주제는 SDGs 6에 해당하는 ‘물’이었고, 물에 대해서 교과별로 배운 내용들을 주제중심 프로젝트에서도 융합해야 했어요. 모듈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팀별로 발표를 하는데, 어떤 친구들은 ‘중수도 활용’의 문제에 대해 알아보면서 역사적으로 수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찾아보기도 했고요. 또 과학적으로 어떻게 구현이 되는 것인지, 수학을 활용해서 데이터를 정리하고 해외사례를 찾아온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과학시간에 실험을 통해 배운 방법으로 물을 직접 정수하고 가정 내 재활용을 실천해 본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이런 과정들은 단순히 배운 것을 넘어서서 실제로 고민하고 실천까지 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교육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동화책 투자 설명회 / 사진=남선진 제공
동화책 투자 설명회 / 사진=남선진 제공
혜화랩 동화책 출판 / 사진=남선진 제공
혜화랩 동화책 출판 / 사진=남선진 제공

  그뿐만 아니라 이번 모듈에는 국어, 사회, 역사가 함께 힘을 모아서 마무리로 ‘동화책 만들기’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국어 시간에는 동화책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구조와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야기하고 거기에 사회와 역사의 개념을 넣는 것으로요. 이것도 애플의 페이지스를 기본으로 활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주제중심 팀 프로젝트 발표 날에 독립출판의 형식으로 인쇄된 동화책을 보는데,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게 여실히 보여서 보는 제가 뿌듯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학교에서는 정말 교과융합이 잘 이루어지기가 드물어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늘 교실이 열려 있으니 서로 수업을 공개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배움이 더 잘 일어날 수 있을까를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다 보니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 공유시간이 있어서 그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고요. 이런 것이 거꾸로캠퍼스의 정말 좋은 문화인 것 같습니다. 교과 간의 장벽이 없고, 그래서 더 편하게 서로의 수업을 터놓고 연결할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이 과정을 통해서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Bloom의 개정된 교육목표분류학에서 말하는 인지과정의 ‘창안하다(Create)’가 구현될 수 있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영어 시간에는 영어 선생님의 노력으로 아예 다른 나라의 실험학교 TGS(Think Global School)와 협력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TGS의 학생들과 “우리는 물을 아껴야 할까?”에 대해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글로벌 협업수업이 이루어져서 배움이 더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TGS(Think Global School)와 협력수업 / 사진=남선진 제공
TGS(Think Global School)와 협력수업 / 사진=남선진 제공

| 거꾸로캠퍼스의 특별한 교육과정에 대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교육구성원의 반응은 어떤가요? 

  교사들은 일단 좋습니다. 교육의 방향성과 비전에 대해서는 워크숍마다 항상 확인하고 함께 수정하면서 같은 의식을 공유하려고 노력해요. 함께 모두 교사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고 모두들 도전의식을 가지고 헤쳐나가는 분위기가 있어서 좋습니다. 저도 기대에 차 있고요. 학생들의 경우에는, 들어와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조금 더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제법 있어요. 스스로의 가치관도 많이 성장하고,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자기주도성도 강화되었다고 하고요. 학부모님들께서도 많은 경험과 기회를 제공해 주는 학교에 기대를 많이 가지고들 계세요. 다만 진로에 대한 부분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은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걱정들을 하시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주도성을 가져나가고 있고 학교도 조금씩 로드맵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업 토론 장면 / 사진=남선진 제공
수업 토론 장면 / 사진=남선진 제공

| “2022년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도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주제와 기획을 가진 프로젝트였는지, 추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거꾸로캠퍼스의 리디퍼 팀이 “청소년 문해력” 문제를 가지고 소셜벤처 경연대회 청소년 분야에서 전국 2등을 했습니다. 청소년의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이것이 얼마나 문제인지, 왜 문제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도 아주 어렵게 겪어왔고요. 그래서 직접적인 해결책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읽기가 재밌다는 경험을 주고 깊이 읽기의 시작점을 만들기 위한 보드게임을 아이들이 직접 제작했어요. 저의 소개로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샵도 몇 차례 진행했고, 이제 곧 제품이 출시되어 시판될 예정입니다. 이게 문제의 정확한 솔루션은 아니라는 것을 학생들도 인지하고 있어서 앞으로는 어떻게 보완할지를 더 고민하고 있고, 창업으로의 연결을 생각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 팀이 유독 주목을 받을 수는 있지만, 다른 팀들도 모두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옴니버스라는 팀은 경증 시각장애인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을 조금 더 쉽게 해야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더욱 쉽게 버스 번호를 식별할 수 있는 ‘타봄’이라는 어플을 개발하고 있고. 이 밖에도 느린 학습자에 관심을 가지는 팀, 여성 안심 귀갓길에 관심을 가지는 팀 등 여럿이 유의미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사범대학 및 교육대학원 재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교직 생활을 하다 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교육철학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그저 그렇게, 일이니까,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교직 생활을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는 늘 내가 왜 여기에 서 있나, 내가 왜 역사를 가르치는가,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했으면 하는가를 고민하고 성찰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선생님들은 왜 교사를 하고 싶으신가요? 왜 교사를 하고 있나요? 사실은 이 본질적인 질문에 늘 대답하고 수정하면서 지향점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머릿속에 자신의 교육철학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만 있다면, 흔들리지 않는 교사 생활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저만의 교육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누가 뭐라든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니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두가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가진 단단한 교사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거꾸로캠퍼스 홈페이지(https://seoul.gschool.kr/)

거꾸로캠퍼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gschool.kr)

 

* 남선진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교과교육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서울에서 2010년부터 중학교 역사교사로 근무해 왔다. 12년간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다 2022년부터는 거꾸로캠퍼스에서 근무하면서 역량중심교육과정의 실현을 위한 혁신교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은근히 열정적으로’라는 뜻의 ‘은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학생들이 배움의 중심이 되는 수업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